이번 주 자본시장 정리
추석 연휴가 끝난 첫 주, 시장은 서로 어긋나는 두 숫자를 봤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6%를 넘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고,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이틀 연속 3조원 가까이 팔았다. 지난 회차에서 다룬 유가발 되돌림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다. 사우디가 홍해 원유 수출을 다시 열자 WTI는 90달러 밑으로 내려왔고, 뉴욕 연은 총재는 10월 연속 인상에 선을 그었다. 단기금리와 유가는 내려왔는데 장기금리만 제자리에 남은 한 주였다.
코스피 6,870선, 외국인은 이틀째 3조원을 팔았다
2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8.93포인트(0.27%) 내린 6,870.81에 마감했고 외국인은 2조9천43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이 1조1천446억원, 기관이 1천209억원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내놓은 호르무즈 재개방 로드맵을 거절했다는 소식에 낙폭이 오후 한때 1.5%를 넘었고 지수는 6,8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지수를 받친 쪽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0.93% 오른 27만2천500원에 마감했고 삼성전기도 1.93% 뛰었다.
수급의 다음 변수는 자사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동안 31조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받아냈지만, 삼성전자는 예정 물량의 87%, SK하이닉스는 75%를 이미 채워 10월 초중순이면 이 버팀목이 사라진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일 지수를 받치던 큰손이 빠지는 시점이 겹친다. 같은 날 제일기획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을 공시했다.
국고채는 되돌림, 달러-원은 1,360원 중심의 방향 부재
채권은 전 거래일 급등을 일부 되돌렸다. 29일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장 대비 4.3bp 내린 4.076%, 10년물은 6.3bp 내린 4.476%, 30년물은 4.7bp 내린 4.603%였고, 3년 국채선물은 16틱 오른 102.19에 외국인이 7천300계약을 순매수했다. 전 거래일에는 전 구간이 10bp 넘게 급등했다. 호주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호주 금리가 내린 것이 오후 강세를 거들었다.
환율은 양쪽 재료를 다 받았다. 추석 연휴 이후 달러-원은 1,360원을 중심으로 등락했고, 미 국채 10년물이 5.2%를 뚫었는데도 반도체 호황이 원화를 받쳤다. 월말과 분기말이 겹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위를 눌렀고, 3조원 넘는 외국인 주식 매도가 아래를 받쳤다. 고금리가 풀리지 않는 한 방향이 잡히기 어렵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기준금리 3.00% 이후, 금통위원의 시선과 국민연금의 7월 성적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3.00%로 두 달 연속 올렸고, 결정권을 가진 위원들은 최근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의 영향을 함께 보고 있어 시장에서는 다음 달 동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달 연속 인상 뒤 국고채 금리가 미국 장기물을 따라 오르는 국면이라, 한 번 더 올리는 쪽보다 올린 효과를 지켜보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급락장의 청구서는 연기금에 먼저 도착했다. 코스피가 22% 폭락한 지난 7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액은 한 달 전보다 124조원 줄었고, 기금 전체 규모는 182조원 감소했다. 국내주식 외에 전 자산군이 함께 약세였다. 외국인 매도가 길어지면 연기금이 받아 줄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다시 질문이 된다.
미 국채 30년물 5.6%, 2002년 6월 이후 처음
29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후 3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60bp 오른 5.2560%, 30년물은 3.20bp 오른 5.5940%에 거래됐고, 30년물은 장중 5.6210%까지 올라 200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60%를 넘었다. 10년물 장중 고점은 5.2940%로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한편 2년물은 4.8890%로 3.50bp 내려 10년물과 2년물 격차가 36.70bp로 벌어졌다. 장기물이 내려오지 않은 이유는 수급이었다. 실제로 이날은 유가가 급락하고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2014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는데도 장기금리는 오후 장까지 반등을 이어갔다.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 인수 자금을 위해 2년에서 40년 만기까지 8개 트렌치로 약 320억달러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장기물 공급 부담으로 얹혔다. 바클레이즈도 생산성 향상에 따른 중립금리 상승을 근거로 30년물이 6%까지 갈 여지가 있다고 봤다.
윌리엄스 “서두를 필요 없다”, 10월 인상 확률은 49%로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29일 버팔로대 연설에서 9월 조치 덕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가면 올해 말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발언 직후 2년물 금리는 4.8740%까지 내려 일중 저점을 찍었으며 선물시장의 10월 인상 확률은 전날 70%를 웃돌던 데서 40% 후반대로 내려갔다. 뉴욕 연은 총재는 FOMC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고정 투표권을 가진다. 최근 연준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추가 인상을 말하던 터라, 시장을 진정시킬 발언이 필요한 시점에 나온 말이었다.
다만 같은 날 발언한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물가 안정이 먼저라며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 뒀다. 윌리엄스도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 낙관론과 AI 투자 수요 때문이라며 중장기 물가 전망의 변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본인은 이 대목을 연준이 단기금리는 통제하되 장기금리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신호로 읽는다.
WTI 89달러, 사우디의 홍해 수출 재개가 유가를 꺾었다
WTI 11월물은 29일 전장 대비 3.22달러(3.48%) 내린 배럴당 89.38달러에 마감해 8월 31일 이후 처음 90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브렌트유 11월물은 102.59달러였다. 아람코가 얀부항 선적 일정을 고객사에 통보하면서 드론 공격으로 멈췄던 동서 송유관 경로가 정상화 수순에 들어갔다. 한편 케이플러 집계로 중동 주요 산유국의 9월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1천632만8천배럴로 전쟁 이후 최대였다.
유가 하락은 단기물 금리를 끌어내렸고 뉴욕 3대 지수는 소폭 내려 마쳤다. 장기금리가 고점을 새로 쓰는 동안 주식이 기댈 재료가 유가와 연준 인사의 말뿐이었다는 점이 이번 주 뉴욕의 요약이다.
한 줄 정리
유가와 단기금리는 내려왔지만 장기금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외국인 매도와 자사주 소진이 겹치는 10월 초, 코스피가 기댈 곳은 반도체 실적이다.
※ 본 글은 공개 데이터 기반의 시장 흐름 정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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