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더 비중을 두느냐, 아니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더 비중을 두느냐. 미묘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연인이라고 부르는 A와 B(남녀불구분)가 있다고 하자. 다음과 같은 대화는 둘이 사귄지 일정 기간이 흐르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대화다.
A: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소중해.
B: 그게 무슨 말이야?
A: 말 그대로야.
B: …
B: 그렇다면 난 너에게 어떤 의미지?
A: 중요한 의미의 사람이지. -> ①
B: 중요한 의미의 사람이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단 말이야? 내가 더 이상 너에게 중요한 대상이 아니란 말이야?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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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라면, 난 B(남녀 불문)의 마지막 대화(②)를 지나가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이다. 왜냐고? A가 위에서 언급한 중요한 의미의 사람(①)이라는 의미를 B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는 이미 B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꿔서 더 큰 비중으로, 더 중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던 것인데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에 있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는 거의 없는 ‘마마보이(걸)’를 연상할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못 이해하면 주위 사람, 주위 환경을 전혀 생각치 않는 ‘독불장군’을 연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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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받는 제약, 아니다, 제약이란 표현보다는 차라리 배려가 더 맞겠다. 다시 말하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는 경우는 없는가?라고 묻고 싶다. 물론 그 행동의 조심에는 자기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포함될 수도 있다. 아무튼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그러한 행동의 조심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더 쓰고 더 세심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호로 표시한다면, 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쳐가는 화살표를 연상하면 된다. 반면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반대로 사방에서 중심에 있는 ‘나’를 향해 있는 화살표를 연상하면 되고. 따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서는 내 임의로, 부담 없이 화살표를 없애거나 추가할 수 있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서는 내 임의로 ‘나’를 향한 화살표를 지우거나 추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그 화살표를 지우거나 추가할 수 있는 사람은 화살표를 지우거나 추가하려는 바로 그 사람이지 절대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부모 형제야 말할 것도 없고, 결혼 전이라면 연인이, 결혼 후라면 아내와 자식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고, 어릴 때부터 같이 커왔던 친구(들)와(과) 직장에서는 상사, 선배, 동기, 후배 등이 해당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한 것은, 내 경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도 나는 많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고 또 받고 있다. 남들이라면, 불가능했을 삶도 과분한 사랑으로 극복하고 살고 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면서 쓰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되 나 뿐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 내 중심은 지켜나가면서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