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기사들 생생육성 “우리는 밑바닥 인생”

하…이런 기사 보면 씁쓸하다. 특히 퀵서비스는 내 아버지께서 하시려고 했다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나를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반대했던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더욱 필요할 때인 것 같지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 기사 원문: No 존재


시민단체 특수고용직 실태조사 결과 퀵서비스 기사들 근로조건 ‘최악’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퀵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월비 45~50만원을 먼저 내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매달 한달 치 사납금을 미리 내는 셈이다. 배달 과정에서 각종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각서도 써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같은 업체에 소속돼 있어도 누가 동료인지, 누가 사고로 죽어나갔는지 모르는 채 일하는 게 우리다. 모두들 우리를 욕하지만 상황을 수수방관하고만 있는 정부와 사람 장사에만 혈안된 퀵서비스 회사,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올해로 10년 째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퀵서비스 기사 최아무개씨. 그는 상존하는 사고의 위험 속에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 업체에 어쩔 수 없이 의지하며, 하루가 지날수록 낮아져만 가는 운임에 대한 고초 등을 이렇게 설명하며 “우리는 밑바닥 인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 시민단체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퀵서비스 기사들. [사진=함께하는시민행동 제공]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최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태가 기본적인 근로조건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데 착안, 지난 수도검침원 직종에 이어 퀵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수고용직 가운데서도 이미 잘 알려진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지입차주 등을 제외한 직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퀵서비스 기사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만 했다.

대부분의 퀵서비스 기사들은 배송시간에 쫓겨 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그들은 운임 가격의 인하 등 경제적인 어려움도 호소했다. 미리 업체에 돈을 내고 일을 해야만 하지만 업체는 배송 건을 높이기 위해 외상 거래까지 늘이고 있어서 일을 해도 현금을 손에 쥐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 더구나 일하기 전 쓴 각서로 인해 각종 사고에 대한 사후 처리도 기사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열악한 근로 조건도 폭로했다. 산재·고용보험은 회사에서 가입 안 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퀵서비스 기사 A씨 “사고나도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

“일하다 보면 사고 나는 건 다반사다. 그 때마다 회사는 전혀 도움을 안 준다.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산재보험에도 가입이 안 된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사 개인이 책임보험이나 종합보험에 들어도 보상 받는 부분은 미약하다. 보험사에서 자손·자차 항목은 가입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대인·대물에만 보험이 한정되는 건데 이런 보험 마저 생활에 쫓기다 보면 퀵서비스 기사 중 절반 정도만 들고 있는 상황이다.

물건을 배달하다 잃어버려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럴 경우, 빚을 내서라도 갚아야 한다.

고용보험을 가입한 회사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본다. 그러다 여기서 그만두게 되면 백수가 될 수밖에….”

퀵서비스 기사 B씨 “버스, 택시 요금 올랐는데 퀵 운임만 내려”

“회사는 일을 재촉하고 기사들은 배송시간에 쫓겨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 그런 게 매일 반복될 뿐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이기 위해 외상거래도 많이 잡고 가격인하도 해주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미리 돈을 내고 일하는 우리는 배송을 해도 돈을 손에 쥘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회사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게 싫으면 그만 두라는 식이다.

이 일을 하려는 사람도 많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악재다. 오토바이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고, 회사도 퀵서비스업을 신고만 하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때문에 난리고, 버스와 택시도 요금이 올랐는데 오직 퀵서비스 운임만 깎인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5일제가 되고 나서 일하는 날이 하루 더 줄어든 셈이 되기도 했다. 많은 회사들이 토요일 업무를 쉬다 보니 고작해야 하루에 1~2만원 벌기 일쑤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기름값 제하고, 월비 빼고 남는 돈이 한 달에 120~130만원 정도다. 대다수 생활정보지 광고에 나오는 하루 10~15만원 수입은 ‘매출’이 ‘순수입’으로 둔갑한 과장광고가 대부분이다.”

퀵서비스 기사 C씨 “얄미운 보험사 직원들, 우리 일당 하루 1만원 쳐줘”

“보험회사 직원들도 얄미운 짓을 많이 한다. 사고가 나서 보험회사에서 직원이 나오면 자기네들 실적 때문에라도 보상금을 깎으려고만 한다. 다친 사람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우리들이 아무 잘 못 없이 순수한 피해자인 입장일 때 그들은 최저생계비만 운운한다. 우리가 세금이나 근로소득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상 받으면 하루 일당이 만원, 만오천원이다. 차라리 아픔을 감수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일을 하고플 수밖에….”

신태중 시민행동 좋은기업만들기 팀장은 “퀵서비스 회사들은 배달물량을 확보해 나눠주는 일만 하고 업무상 모든 책임을 기사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대부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 일을 하는 기사들은 주당 50시간 이상 도로 위에서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수도검침원과 이번 퀵서비스 기사에 이어 전자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A/S 직원 등으로 특수고용직 실태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며 “약 80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고용형태의 다변화로 더욱 늘어날 것이기에 이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객을 찾거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생활이 대부분인 특수고용직 문제는 지난달 레미콘 지입차주들의 집회 등으로 노동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직종이 회사와 ‘개인사업자’와 계약형태 등을 이유로 근로자 신분을 인정받지 못 해 노동3권과 4대보험 혜택을 받기 힘든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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