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업무 중 잠시 짬을 내서1 인터넷 기사를 뒤적거리던 중 중앙일보의 ‘석탄일 맞이 천주교 – 불교 화합의 큰절 (링크는 일부러 ‘삭제‘)’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보면서, 이러한 시도들이야말로 모든 종교2가 다른 종교와 함께 상생과 공존의 토대를 바탕으로 일반 대중을 영적인 도[靈道, 혹은 靈魂之道]로 이끄는 표본이 된다고 난 생각한다.
기독교(=천주교+개신교)가 표방하는 것은 예수의 ‘사랑‘이고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부처의 ‘자비(慈悲)‘다. 사랑이 없는 자비란 있을 수 없고 자비로 연결되지 않는 사랑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랑과 자비는 둘이되 결코 둘이 아닌, 완전한 하나라는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Top-down방식이고 불교는 범신론(汎神論)적이면서도 Bottom-up을 부인하지 않는 방식이다보니 불교가 자주 기독교의 공격대상이 되어 왔고3 아직도 이러한 경향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점도 분명 있다. 바로 선종(善終)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 세계의 다른 종교인들에게 과거 한 시기에 있었던 현실과의 영합과 기독교의 배타성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타 종교에 사과를 표명한 점은 분명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4
아무튼, 이러한 화합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쁘고 또한 이러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서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다.
Footnotes
- 사실은 업무 중 땡땡이다.
- 신도나 신자들을 미혹시켜 결국은 교주/교종과 그 측근들의 배를 불리는 그러한 악질 사이비 종교(e.g. 백백교: 지금 현재 이 땅 위에서 생성 및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무수한 사이비 종교들이 저지르는 비인간적이고 비인륜적이고 초이기주의적인 악행들의 모든 기준과 적용방법을 세운, 한 마디로 사이비 종교들이 운영에 있어 지침으로 삼고 있고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다 썩어빠졌던, 종교가 절대 아니었던 종교. 지금은 사라졌으나 아직도 그 썩은 내를 풍기고 있는, 존재의 기억에서 완전히 소멸되어야 할 종교)는 제외다.
- 물론, 여기서는 모두 그렇다는 의미의 ‘협의의 광의화‘ 오류는 배제한다.
-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설립됐던 시기부터 믿어 온 집안의 6세손(즉,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와 우리 집안의 천주교 믿음의 역사가 같다는 의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의 배타성(특히 개신교)과 과거, 현실과의 영합은 정말 잘못되었고 잘못된 부분이고 앞으로도 일어나선 안될 부분이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일신교로서만 받아들인다는거죠. 그 시점에서 예수님의 사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없애버려야 할 이교도만 남습니다.
일신(一神)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로.
유일신의 틀을 벗어난다면, 그건 기독교인이 아니죠. 기독교란 유일신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그분 말씀에 따르는 종교인데요. 다른 종교에 배타적인것은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유일신이라는 틀 자체를 인간들이 만들었습니다. ‘하느님’이라고 불리는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아무튼 이 신이 인간에게 ‘오직 유일신일뿐이다’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십계명의 제1계명에서도 그대로 나옵니다. 물론 천주교는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제1계명을 약간 의역했지만. 따라서 “유일신의 존재 유무=기독교의 존재 유무=타 종교의 존재 유무”라는 등식에는 동의할 수가 없을 뿐더리 이를 바탕으로 한 배타성도 인정하기 힘듭니다.
trapung님 말씀대로 유일신을 부정한다면 그건 이미 기독교 인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유일신 차체를 인간이 만든게 아니고 성경에 여호와 하나님만이 오직 하나님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성경도 인간이 쓴거 아니냐? 하신다면 성경은 인간이 쓴게 맞지만 source는 하나님입니다.
이 조차도 인정하시지 못하시면 기독교 교리도 인정 하실수 없지요
아주 먼 목적지를 향해 가는 차가 1km에 1mm씩 우회전 또는 좌회전한다면, 그 차는 결국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요? 못갈까요?
이 1mm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배타성의 종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한 이 1mm 안에는 ‘유일신 부정=사이비 종교’라는 오류도 포함됩니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존중하며 화합해야 한다는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모든 주교들와 교부들의 동의하에 선포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천주교인으로서 다른 종교인들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그렇게 하면 좋고 안하면 어쩔 수 없고 같은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에 더 가깝습니다. 선대 교황님의 화해의 제스쳐도 그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겠지요.
어찌되었던, 이런 소식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마지막 말씀처럼, 이런 소식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들려왔으면 좋겠네요. 🙂
저 신부와 목사는 기독교 교리로 볼때 분명 잘못하고 있는겁니다.
다른 종교인들과 평화롭게 지내는것은 좋지만 불상 앞에서 절하는 행위는 성경이 금지한 우상 숭배를 하는것 입니다.
사회 평화와 종교 화합도 좋지만 신이 한번 정해준 교리를 인간(교황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바꿀수 없고 바꿔서도 안됩니다.
(종교 전쟁 하자는게 아니라 우상숭배 했다는 점이 잘못 되었다는 말입니다)
1mm던 1m던 기독교의 교리가 이런데 이것이 다른 종교와 맞지 않는다고 바꾸라는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생각하며, 타 종교가 기독교의 배타성은 이해를 해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답하자면, 길어지겠기에 간략하게나마 씁니다. 신의 교리를 해석해서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인간들 자체가 미완이기 때문에 1mm의 의미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란 의미지요.
또한 기독교(특히 개신교)의 배타성을 타종교가 이해해줘야 한다는 것은 무척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이 부분은 ‘달크로즈’님의 댓글 중간 부분인 ‘개신교에서 주장처럼…않으신지요.’라는 것으로 대신 답을 합니다.
원래 이런 논쟁에는 끼어들지 않는 주의이지만 한마디만 남깁니다.
저 기사에서는 불상 앞에서 절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고 사진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행사는 성당안에서 이루어졌고, 연등을 달았다는 이야기밖에 없군요. 단지 기도의 한 방법으로 절을 택했다고만 나와있습니다.
천주교에서도 믿고 따르는 신은 야훼 하느님 한 분 뿐입니다. 다만 그것이 다른 종교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이것은 관점의 차이이고, 해석의 차이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성서(성경)만이 절대적인 신적 권위를 가지며 교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가톨릭에서는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선포하는 일에서 교회의 전통과 정통 교도권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지금의 가톨릭 교회는 2000년 전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세운 초기교회로부터 연결되어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물론 여기서의 해석과 선포는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거나 있는 것을 변경, 왜곡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개신교에서 주장처럼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배타성을 갖는다면, 무신론자나 다른 종교인들과의 완전한 평화 공존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며 굳은 신념을 가진 다른 종교인들에게 기독교인은 존재자체가 불행이며 재앙이 될 것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다른 종교를 배척한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요.
뭐, 어쨋거나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어디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싸우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
마지막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하나의 링크를 남깁니다. 이것이 현대 천주교가 다른 종교를 대하는 관점이라고 보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http://www.cbck.or.kr/book/book_search.asp?p_code=k5110&seq=401330&page=38&Cat=A&key=Title&kword=
(‘우리시대’ 말고도 ‘인간 존엄성’, ‘일치의 재건’, ‘만민에게’도 읽어보시면 흥미로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링크하신 내용은 예전에 봤던, 그러나 대부분 잊어먹은 내용이기도 한데, 다시 보니 새롭네요. 잊었던 기억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관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넓게 생각한다면, 관점의 차이의 근간인 믿음의 소신에 대해서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머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넓은 세상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좁은 세상 속에서 종교적 배타성 혹은 논리적 bias로 편가르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상생(相生)은 고사하고 공멸(共滅)도 아닌 상멸(相滅)을 추구한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멸을 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 개인적으로는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내용은 천주교신자라면 어느정도까지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의미가 크니까요. 🙂
그나저나, 6대째 교인 집안분이시라니 대단하신걸요! 저희 집은 제가 2대째입니다만.. ^^;
태어나보니 그렇더라구요. ^-^ 집안 내에, 물론 다들 돌아가셨지만, 신부님/수녀님/수도사 등등 다 나오셨구요. 그래서 전 어절 수 없는 모태신앙을…쿨락…
아무튼, 어릴 땐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죠. 거기에 감사하고 있지요.